차세대 IT공룡 입지 노리는 스타트업들 증시서 자금조달 러시
덩치만 커진 유니콘의 수익모델 의구심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1천61억원) 이상의 스타트업인 유니콘들이 올해 대거 상장(IPO)에 나서면서 월가가 들썩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고수익 매물의 등판을 반기고 이들 기업의 임직원 중에선 수천 명의 백만장자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유니콘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美증시에 유니콘 주식 쏟아질 듯…IPO 사상최대 전망

28일 외신에 따르면 세계 1위 차량공유 업체이자 올해 미 증시에 데뷔할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우버는 다음 달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 범위를 주당 44∼50달러로 책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경우 우버의 기업가치는 800억∼900억 달러(약 92조9천억∼104조5천억원)가 될 예정”이라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알리바바 그룹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의 대형 기업공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주 발행 보증사인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는 지난해 우버의 시장가치를 최대 1천200억 달러(약 139조원)로 점치기도 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사무용 메신저 업체 슬랙도 26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계획서에서 전통적인 IPO 절차를 따르는 대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하기로 했다.

슬랙의 주식은 현재 장외 거래를 통해 주당 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경우 슬랙의 기업가치는 170억 달러(약 19조7천억원)로 추정된다고 CNBC는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달 18일에는 이미지 검색업체 핀터레스트와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업체 줌이 NYSE와 나스닥 시장에 각각 상장했다.

핀터레스트는 공모가를 주당 19달러로 책정했는데 거래 첫날 25% 상승하며 24.50달러에 마감했다. 줌 역시 36달러로 정한 공모가보다 72%나 치솟은 62달러로 장을 마치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이보다 먼저 지난달 29일 올해 첫 상장의 테이프를 끊은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는 72달러의 공모가로 출발해 첫날 8.74% 오른 78.29달러로 마감했지만 최근엔 5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와 사무실공유 기업 위워크, 빅데이터 분석기업 팰런티어, 식료품 배달업체 포스트메이츠 등도 올해의 상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올해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IPO를 자문하는 르네상스 캐피털은 올해 약 235개 기업이 상장할 가능성
이 있다며 이들 기업의 총 가치를 6천970억 달러(약 809조원)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모두 기업가치의 15%에 해당하는 주식을 신규로 발행한다면 이는 1천46억 달러(약 121조원)에 달한다.

CNBC는 “이 경우 닷컴 절정기였던 1999년의 상장규모 930억 달러, 2000년의 970억 달러를 넘어 올해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 외형 화려하지만 수익성엔 물음표

화려한 신고식 뒤 주가 부진에 시달리는 리프트 사례처럼 유니콘들의 잇따른 기업공개가 항상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당장 리프트나 우버의 IPO가 이들 차량호출 서비스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SJ은 우버와 리프트가 벤처캐피털의 지원 덕에 몇 년간 택시 요금보다 획기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었지만 이젠 기업공개로 사정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기업공개는 수익을 창출하라는 주주들의 압박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상당수 유니콘들이 급격히 몸집을 불렸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프트의 경우 지난해 9억1천만 달러(약 1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우버도 18억 달러(약 2조원)를 손해 봤다. 위워크는 19억 달러(약 2조2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슬랙은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4억 달러(약 4천64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억4천만 달러(약 1천62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니콘들에 대한 장밋빛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업모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미 상장했거나 상장할 10여개의 유니콘이 지난해 합계 14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의 누적 손실액은 47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매체는 차량공유 고객은 한 회사에 매여 있지 않고, 위워크가 아닌 누구라도 사무실과 사무용 책상을 임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경우 IT 공룡인 애플과 경쟁하고 있다.

일례로 15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한 우버가 정말 1천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면 왜 거대 IT 기업이 뛰어들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큰 우려는 이들의 손실이 일시적인 성장통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시장과 잡다하게 구성된 고객들의 반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석업체 데이터스웜의 공동 설립자인 앨런 패트릭은 지난 불황 때의 ‘숙취’가 유니콘들의 발흥에 연료가 됐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자는 여전히 낮고 돈 빌리기는 쉽지만 쏠쏠한 수익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패트릭은 또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중앙은행들이 풀어놓은 현금들이 어딘가 갈 곳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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