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애플 “앱개발사 너무 많은 정보 얻을 수 있어 제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애플이 아이폰 중독을 막기 위한 사용 시간 제한 기능을 도입한 뒤 비슷한 기능의 외부 애플리케이션(앱)들을 퇴출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앱 데이터 업체 센서타워와 함께 분석한 결과 애플이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내려받은 사용 시간 제한 앱이나 자녀 스마트폰 통제 앱 17개 중 최소 11개를 삭제하거나 기능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유형별 앱의 사용 시간을 모니터링하고 시간제한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자체적으로 도입했다. 이 기능으로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도 통제할 수 있다.

NYT는 “(작년 6월)이 기능의 도입을 발표한 직후 애플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경쟁사에 대한 견제 아니냐는 것이다.

사례들을 보면 애플은 일부 앱 개발사들에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통제하는 기능이나 자녀의 특정 앱 또는 성인용 콘텐츠 접근을 차단하는 기능을 없애도록 했다. 아예 앱스토어에서 앱을 퇴출한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유료 고객을 보유했던 일부 개발사는 문을 닫았다. 다른 개발사들도 자신들의 미래가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3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된 자녀 통제용 앱인 ‘아워팩트’의 최고경영자(CEO) 아미 무사비안은 “그들은 아무 경고도 없이 우리를 (앱스토어에서) 끌어냈다”며 “애플이 조직적으로 산업계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 시간 제한 앱 개발사들은 한편으로 애플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애플의 손아귀에 놓인 형국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애플이 앱스토어 통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인기 있는 자녀 통제 앱인 ‘키즈락스’와 ‘커스토디오’는 최근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애플을 고소했다. 키즈락스는 자사의 사용 시간 제한 앱 기능을 애플이 축소하도록 강요한 뒤 사업이 주저앉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사용 시간 제한 기능이 다른 경쟁 앱들보다 덜 효과적이란 지적도 있다.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에서는 성인용 콘텐츠를 차단하지만 다른 브라우저에선 막지 못한다. 또 트위터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인기 앱에서도 성인용 콘텐츠를 막지 못한다.

두 자녀의 아빠인 브루스 챈트리는 애플이 주요 기능을 없애기 전까지는 아워팩트 등을 써왔는데 애플의 사용 시간 제한 기능은 쓰기에 더 복잡하면서도 제한 기능은 더 적다고 말했다.

게다가 애플의 자녀 통제 기능은 아이폰 사용자끼리만 작동한다. 아이폰을 쓰는 부모가 자녀의 안드로이드폰도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앱들과 대조적이다.

NYT는 애플의 사용 시간 제한 기능은 이제 유일하지는 않아도 앱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의 하나가 된 듯하다고 지적했다.

애플 대변인은 “앱 개발사가 이용자의 기기로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앱을 삭제하거나 기능을 조정하도록 했다”며 “우리가 비슷한 기능을 도입한 것은 이번 조치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앱 퇴출과 관련해서는 다른 규정 위반을 들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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